성어모음

사공견관(司空見慣)

한국어자문회 2021. 10. 4. 07:30

 - 사공이 자주 보아 익숙하다, 귀하지 않고 일상적인 일

[맡을 사(口/2) 빌 공(穴/3) 볼 견(見/0) 익숙할 관(心/11)]

우리나라 稀姓(희성)의 하나인 司空(사공)은 고려 때 正一品(정일품)의 벼슬 명칭이라 하고 工曹(공조)판서를 달리 부르는 이름이라도 한다. 여기서의 사공은 고대 중국 周(주)나라부터 내려온 관직명으로 수리와 건축을 담당했다고 했다.

사공을 맡은 벼슬아치가 자주 보아 익숙해졌다(見慣)는 말은 흔히 접하는 물건이라 귀하거나 신기하지 않다는 것을 비유한다. 이런 성어야말로 고사를 모르면 짐작도 할 수 없다. 우선 唐(당)나라의 시인 劉禹錫(유우석, 772~842)과 李紳(이신, 772∼846)이 등장하고, 그 시구에 이 말이 사용된 후 자주 보아 익숙하거나 일상적인 것을 가리키게 됐다.

中唐(중당)때 일찍이 감찰어사를 지낸 유우석은 문장과 시문에 출중했다. 시는 통속적이면서도 매끄러워 동년배 유명시인 白居易(백거이)는 詩豪(시호)라 칭하기도 했으나 정치혁신을 꾀하다 지방을 전전하는 불운을 겪었다.

유우석이 蘇州(소주)지역의 감찰관인 刺史(자사)로 근무할 때 토목공정을 맡고 있던 사공 이신이 그를 집으로 초대하여 성대한 주연을 베풀었다. 이신도 憫農(민농)시로 유명하지만 이때는 유우석의 명성을 흠모하던 터였다. 바로 곡식 낟알마다 농민들의 고생이 어려 있다는 粒粒辛苦(입립신고)의 성어가 나오는 시다.

유우석이 거나하게 술이 취하자 이신은 무희들에게 노래와 춤을 부탁했다. 더욱 기분이 좋아진 유우석은 즉석에서 칠언시 한 수를 읊었다. ‘높은 상투 쪽진 머리 궁녀처럼 예쁘고, 봄바람에 흥겹게 두위낭을 부르네(高髻雲鬟宮樣妝 春風一曲杜韋娘/ 고계운환궁양장 춘풍일곡두위낭). 사공이야 자주 보아 익숙한 일이지만, 강남자사 애간장은 끊어진다네(司空見慣渾閑事 斷盡江南刺史腸/ 사공견관혼한사 단진강남자사장).’

髻는 상투 계, 鬟은 쪽 환, 妝은 단장할 장. 杜韋娘(두위낭)은 노래제목이라 한다. 유우석 자신은 미녀들의 휘황한 가무에 황홀한데, 초대해 준 이신에겐 자주 접하는 일 아닐까란 뜻이다.

오늘날 공직자가 이러한 자리를 가졌다면 문제될 수도 있겠다. 오랫동안 유우석의 시구가 불려 내려온걸 보면 청탁과는 관계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 한 쪽에서 보면 아주 진귀한 사물이라도 다른 쪽에서 별것 아닐 수도 있다는 건 일상에도 많이 겪는다.

중국 遼東(요동)지역에서 처음 보던 흰 돼지를 왕에게 바치려다 강을 건너니 그곳에선 우글거렸다는 遼東之豕(요동지시)나 남쪽 越(월)나라의 개가 눈만 오면 짖는다는 越犬吠雪(월견폐설)이 그것이다. 자기가 신기한 만큼 남은 대수롭지 않으니 무엇보다 견문을 넓힐 일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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