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어모음

교언영색(巧言令色)

한국어자문회 2021. 10. 2. 07:30

 - 아첨하는 말과 비위맞추는 얼굴 표정

[공교할 교(工/2) 말씀 언(言/0) 하여금 령(人/3) 빛 색(色/0)]

말을 조리 있게 잘 하면 모두들 우러러본다. 옳지 못한 일에 항거하지 못하고 입 다물고 있을 때 앞장서 할 말을 하면 지도자감이다. 이처럼 구변이 좋은 사람을 ‘蘇張(소장)의 혀’라 하여 중국의 변설가 蘇秦(소진)과 張儀(장의)를 닮았다고 하고, 폭포수가 떨어지듯 시원하다고 口若懸河(구약현하)라며 치켜세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말 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고 알랑거리는 아첨의 말이 되기 쉽다고 본 것이다. 특히 孔子(공자)는 ‘論語(논어)’의 곳곳에 말에 대해서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말투를 듣기 좋게 교묘하게 하고(巧言) 보기 좋게 얼굴색을 꾸민다(令色)는 이 말은 특히 잘 알려졌다.

공자는 仁(인)과 君子(군자)에 대해 여러 방식으로 설명한다. 논어 제일 첫 장 學而(학이)편과 17장의 陽貨(양화)편에 똑 같이 나오는 이 구절부터 보자. ‘듣기 좋게만 말하고 얼굴 표정을 잘 꾸미는 사람들 중에는 어진 이가 드물다(巧言令色 鮮矣仁/ 교언영색 선의인).’ 교묘하다의 巧(교)나 아름답다는 뜻도 있는 令(령)이나 모두 외면적인 꾸밈이다.

듣기 좋도록 그럴듯하게 말을 꾸미고, 보기 좋도록 얼굴색을 꾸미는 사람은 무언가 속을 감춰 자연 그대로일 수는 없다. 겉과 속이 다르다면 어진 사람이 되지 못하고, 가장 완성된 인격체인 군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본 것이다.

꾸며서 듣기 좋은 말을 잘 하는 것보다는 어눌한 것을 더 높이 평가한다. 13장 子路(자로)편에는 ‘강직하고 의연하며 순박하고 어눌한 사람은 어진 이에 가깝다(剛毅木訥 近仁/ 강의목눌 근인)’고 까지 말한다. 세련되고 교묘해서 겉치레가 심한 사람보다 본심 그대로를 지녀 얼핏 보기에 우직한 사람을 더 쳤다. 그렇다고 행동까지 느려서는 물론 안 된다.

訥言敏行(눌언민행)이 나오는 4장 里人(이인)편에는 ‘말은 천천히 굼뜨게 하더라도 실천은 민첩하게 하는 것이 군자(君子欲訥於言 而敏於行/ 군자욕눌어언 이민어행)’라 했다. 한 구절만 더 보자. ‘군자는 그의 말이 그의 실천보다 앞서는 것을 부끄러워한다(君子恥其言而過其行/ 군자치기언이과기행).’ 14장 憲問(헌문)편에 있다.

사람은 말을 하며 말을 들으며 말 속에서 산다. 자신은 거짓과는 멀고 참말만 한다고 믿고 있는데 자신도 모르게 사실과 다른 말을 한다. 남에게 꾸미지 않고 항상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 자부해도 어디에선가 티가 난다.

하얀 거짓말과 같이 전혀 악의가 없이 하는 말과 행동은 알고도 속고, 속으면서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큰 소리로 여러 사람에게 약속을 해 놓고 지키지 않으면서 변명만 늘어놓는 사람은 전혀 어질다고 볼 수 없다. 이런 사람일수록 남의 앞에 앞장서려는 욕심이 넘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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