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을 부릅뜨고 찢어질 듯이 노려보다, 몹시 화가 나다.
[부릅뜰 진(目/10) 눈 목(目/0) 찢어질 렬(衣/6) 흘길 자(目/5)]
사람의 눈에 관해 좋은 말이 많다. ‘눈은 마음의 창이요, 몸의 등불’이라든가 ‘사람을 알아보는 데는 눈동자보다 좋은 것이 없다’ 등은 귀중한 눈을 잘 표현했다. 서양 사람들이 곧잘 눈꼬리를 손가락으로 올려 ‘찢어진 눈’ 흉내로 동양인을 조롱하는 것은 눈이 작은 겉모습만 보고 깊은 마음을 보지 못한 행위라 되레 욕을 먹는다.
눈은 온화하게 친절을 나타낼 수 있지만 상대를 무시하는 이럴 때는 눈에 쌍심지를 돋우며 무섭고 사납게 부릅떠야 잘못을 안다. 무지무지하게 화가 났을 때 마음을 나타내는 눈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 눈을 부릅뜨고(瞋目) 찢어질 듯이 흘겨본다(裂眥)는 이 성어다.
어려운 글자로 되었어도 이런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라 출처는 여러 곳이다. 먼저 前漢(전한)의 왕족이었던 劉安(유안)의 ‘淮南子(회남자)’에는 글자 그대로 사용됐다. 戰國時代(전국시대) 燕(연)나라 태자의 부탁을 받고 秦始皇(진시황)을 암살하려던 자객 荊軻(형가, 軻는 수레 가)는 친구 高漸離(고점리)의 배웅을 받는다.
고점리는 비파와 비슷한 악기 筑(축)의 명인으로 사지로 떠나는 형가를 위해 易水(역수)를 건너기 전 비장하게 노래를 곁들인다. ‘듣고 있던 사람들은 눈을 찢어질 듯이 부릅떠 흘기고, 곤두선 머리카락이 관을 뚫을 정도였다(聞者瞋目裂眦 髮植穿冠/ 문자진목열자 발식천관).’ 이는 듣는 사람이 직접 화를 냈다기보다 고점리의 가락이 진시황의 횡포에 분노하도록 연주를 잘 했다는 이야기다. 泰族訓(태족훈)에 나온다.
‘史記(사기)’의 자객열전에는 고점리의 축 연주에 형가가 노래를 부르는데 약간 달리 표현하고 있다. 전송 나온 사람들이 감동하여 ‘모두 눈을 부릅뜨고 머리카락이 관을 찌를 듯 노기를 띠었다(士皆瞋目 髮盡上指冠/ 사개진목 발진상지관).’
項羽(항우) 본기에는 鴻門宴(홍문연)에서 劉邦(유방) 보호를 위해 장수 樊噲(번쾌, 噲는 목구멍 쾌)가 잔치자리에 뛰어 들어갔을 때의 모습을 그린다. ‘눈을 부릅뜨고 항우를 노려볼 때 그의 머리카락은 위로 솟고 눈초리는 찢어진 듯했다(瞋目視項王 頭髮上指 目眥盡裂/ 진목시항왕 두발상지 목자진렬).’
화가 나서 부릅뜰 때 눈에 불을 켠다고 한다. 물론 이익에 눈이 어두울 경우에도 쓰지만 쌍심지가 돋을 정도로 화가 나면 눈빛이 횃불과 같이 빛난다며 目光如炬(목광여거)란 표현도 있다. 큰 공을 세웠음에도 모반죄로 죽은 南北朝(남북조) 때의 장군 檀道濟(단도제)의 눈이 이랬다는데 그럴 만하다.
없는 사실을 지어내 덮어씌우면 성인도 돌아선다. 자기만 옳다는 고집, 끊임없는 모함, 분란의 원인인 거짓 뉴스가 횡행할 때 사회는 전쟁터마냥 시끄럽다. 상대방의 사정을 이해하고 친절한 눈빛으로 대화하면 눈에 불을 켜고 흘겨 볼 이유가 없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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