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어모음

진목열자(瞋目裂眥)

한국어자문회 2023. 2. 9. 12:00

 - 눈을 부릅뜨고 찢어질 듯이 노려보다, 몹시 화가 나다.
[부릅뜰 진(/10) 눈 목(/0) 찢어질 렬(/6) 흘길 자(/5)]


 사람의 눈에 관해 좋은 말이 많다. ‘눈은 마음의 창이요, 몸의 등불이라든가 사람을 알아보는 데는 눈동자보다 좋은 것이 없다등은 귀중한 눈을 잘 표현했다. 서양 사람들이 곧잘 눈꼬리를 손가락으로 올려 찢어진 눈흉내로 동양인을 조롱하는 것은 눈이 작은 겉모습만 보고 깊은 마음을 보지 못한 행위라 되레 욕을 먹는다.
 
눈은 온화하게 친절을 나타낼 수 있지만 상대를 무시하는 이럴 때는 눈에 쌍심지를 돋우며 무섭고 사납게 부릅떠야 잘못을 안다. 무지무지하게 화가 났을 때 마음을 나타내는 눈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 눈을 부릅뜨고(瞋目) 찢어질 듯이 흘겨본다(裂眥)는 이 성어다.
 
어려운 글자로 되었어도 이런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라 출처는 여러 곳이다. 먼저 前漢(전한)의 왕족이었던 劉安(유안)淮南子(회남자)’에는 글자 그대로 사용됐다. 戰國時代(전국시대) ()나라 태자의 부탁을 받고 秦始皇(진시황)을 암살하려던 자객 荊軻(형가, 는 수레 가)는 친구 高漸離(고점리)의 배웅을 받는다.
 
고점리는 비파와 비슷한 악기 ()의 명인으로 사지로 떠나는 형가를 위해 易水(역수)를 건너기 전 비장하게 노래를 곁들인다. ‘듣고 있던 사람들은 눈을 찢어질 듯이 부릅떠 흘기고, 곤두선 머리카락이 관을 뚫을 정도였다(聞者瞋目裂眦 髮植穿冠/ 문자진목열자 발식천관).’ 이는 듣는 사람이 직접 화를 냈다기보다 고점리의 가락이 진시황의 횡포에 분노하도록 연주를 잘 했다는 이야기다. 泰族訓(태족훈)에 나온다.
 
史記(사기)’의 자객열전에는 고점리의 축 연주에 형가가 노래를 부르는데 약간 달리 표현하고 있다. 전송 나온 사람들이 감동하여 모두 눈을 부릅뜨고 머리카락이 관을 찌를 듯 노기를 띠었다(士皆瞋目 髮盡上指冠/ 사개진목 발진상지관).’
 
項羽(항우) 본기에는 鴻門宴(홍문연)에서 劉邦(유방) 보호를 위해 장수 樊噲(번쾌, 는 목구멍 쾌)가 잔치자리에 뛰어 들어갔을 때의 모습을 그린다. ‘눈을 부릅뜨고 항우를 노려볼 때 그의 머리카락은 위로 솟고 눈초리는 찢어진 듯했다(瞋目視項王 頭髮上指 目眥盡裂/ 진목시항왕 두발상지 목자진렬).’
 
화가 나서 부릅뜰 때 눈에 불을 켠다고 한다. 물론 이익에 눈이 어두울 경우에도 쓰지만 쌍심지가 돋을 정도로 화가 나면 눈빛이 횃불과 같이 빛난다며 目光如炬(목광여거)란 표현도 있다. 큰 공을 세웠음에도 모반죄로 죽은 南北朝(남북조) 때의 장군 檀道濟(단도제)의 눈이 이랬다는데 그럴 만하다.
 
없는 사실을 지어내 덮어씌우면 성인도 돌아선다. 자기만 옳다는 고집, 끊임없는 모함, 분란의 원인인 거짓 뉴스가 횡행할 때 사회는 전쟁터마냥 시끄럽다. 상대방의 사정을 이해하고 친절한 눈빛으로 대화하면 눈에 불을 켜고 흘겨 볼 이유가 없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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