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어모음

복수불수(覆水不收)

한국어자문회 2021. 10. 31. 18:00

복수불수(覆水不收) -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지 못한다, 수습할 수 없을 만큼 일이 그릇되다.
[다시 복(襾/12) 물 수(水/0) 아닐 불(一/3) 거둘 수(攵/2)]

고사성어 풀이 : 결혼은 성이 다른 남녀가 만나(二姓之合/ 이성지합) 평생을 함께 살고 죽을 때도 한 무덤에 묻히는 偕老同穴(해로동혈)을 최고로 쳤다. 그래서 젊을 때 고생을 함께 한 부인 糟糠之妻(조강지처, 糟는 지게미 조, 糠은 겨 강)는 결코 내칠 수가 없었다. 그런데 破鏡(파경)이라 하여 깨어진 거울은 도저히 다시 원래대로 못하듯 갈라서는 부부도 있었다.

여권이 미약해서인지 남자 위주의 기록만 남아서인지 부인 쪽에서 고생을 못 이겨 떠났거나, 갈라서기를 요구해서 이혼이 성사된 것이 특이하다. 곧은 낚싯대로 세월을 낚았던 太公望(태공망)이 그러했고 漢(한) 武帝(무제)때 승상을 지낸 朱買臣(주매신)이 그러했다.

엎질러진 물(覆水)은 다시 담지 못한다(不收)는 이 성어는 覆水不返盆(복수불반분)과 같은 말이다. 周(주)나라를 세운 武王(무왕)을 도와 재상을 지내고 齊(제)의 제후가 된 태공망이라도 이전에는 끼니조차 잇지 못하던 서생이었다. 결혼 후 고생만 하던 부인 馬(마)씨는 그만 친정으로 가버렸다.

오랜 세월이 지나 부인이 찾아와서 재결합을 요구하자 마당에 물그릇을 엎은 뒤 물을 도로 담아 보라고 했다. 담을 수가 없자 태공망이 말한다. ‘그대는 다시 헤어졌다가 다시 합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쏟아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는 법이오(若能離更合 覆水定難水/ 약능이경합 복수정난수).’ 南宋(남송)의 王楙(왕무, 楙는 무성할 무, 1151~1213)가 엮은 ‘野客叢書(야객총서)’에 실려 있다.

가난한 생활에도 독서를 좋아한 주매신은 땔나무를 팔아 겨우 끼니를 해결했다. 부인은 고생이 지겨워 연분을 끊기를 요구했다. 매신은 쉰 살을 넘기면 귀한 몸이 될 테니 참아달라고 했으나 굶어 죽을 수 없다며 떠났다. 과연 세월이 지나 고향의 태수로 부임한 매신은 예전의 부인이 새 남편과 함께 길을 고치는 노역을 하고 있었다.

부부를 마차에 태우고 관가로 가 음식과 옷을 주며 공적에 보답했으나 부인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목을 맸다. 매신의 처가 혼인을 부끄러워했다는 買妻恥醮(매처치초, 醮는 제사지낼 초, 혼례의 뜻도 있다) 이야기는 唐(당)나라 李瀚(이한)의 아동용 교재 ‘蒙求(몽구)’에 나온다.

부부가 결혼식을 올릴 때 모두들 백년해로(百年偕老)를 서약한다. 생활이 어렵고 평균수명이 짧았던 시절엔 같이 고생하고 같이 죽을 수는 없어도 한 쪽이 떠날 때까지는 같이 늙었다. 백세시대가 되었다는 오늘날은 조금만 성격이 안 맞으면 쉽게 헤어진다. 게다가 젊은이들은 여러 여건으로 결혼을 기피하여 어떤 해는 이혼 건수가 더 많았던 해도 생겼다.

오랜 세월 같이 同苦同樂(동고동락)했던 노인 부부들도 이젠 못 참는다고 황혼이혼을 쉽게 생각하니 그럴 만도 하다. 각각의 사정이 있겠지만 살인도 피한다는 참을 忍(인)자를 써가며 참을 일이다. / 사자성어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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