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어모음 55

첩섭이어(呫囁耳語)

- 귀에다 입을 대고 소곤거리며 하는 귓속말 [소곤거릴 첩(口/5) 소곤거릴 섭(口/18) 귀 이(耳/0) 말씀 어(言/7)]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하도록 두 사람만 귀를 가까이 소곤거리는 귓속말은 좋은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귀에 대고 조용히 말한다는 것은 남의 장단점을 함부로 떠벌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렇게 말하면 바로 조선 초기 黃喜(황희) 정승을 떠올린다. 길가다 소 두 마리로 밭을 가는 농부에게 어느 소가 일을 잘 하는지 묻자 다가와 귀엣말로 했다는 附耳細語(부이세어)가 그것이다. 짐승이라도 못한다는 소리 들으면 기분 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희가 좋다, 나쁘다 이야기를 함부로 하지 않아 好好先生(호호선생)이 됐다. 반면 자신은 따돌리고 앞에서 두 사람이 소곤거리며(呫囁) 귀에다 대고 말을 한..

성어모음 2023.02.20

흥이항이(興伊恒伊)

- 누가 흥이야 항이야 하랴, 남의 일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다. [일 흥(臼/9) 저 이(亻/4) 항상 항(⺖/6) 저 이(亻/4)] 음률이 비슷한 이 성어를 보면 먼저 興淸亡淸(흥청망청)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듯하나 거리가 멀다. 흥청망청은 황음에 빠진 조선 燕山君(연산군)이 採紅使(채홍사)를 두고 전국에서 뽑아 올린 미인을 가리켜 흥청이라 했고 그로 인해 망했다고 망청이라 했다. 여기에서 앞을 생각하지 않고 멋대로 즐기거나 돈과 물건을 마구 낭비하는 것을 뜻하게 됐다. 興伊(흥이)와 恒伊(항이)는 형제의 이름으로 누가 흥이야, 항이야 할까 라는 말이다.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남의 일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사돈집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는 曰梨曰柿(왈리왈시)와..

성어모음 2023.02.19

곡굉지락(曲肱之樂)

- 팔베개를 베고 자는 검소한 삶의 즐거움 [굽을 곡(曰/2) 팔뚝 굉(肉/4) 갈 지(丿/3) 즐길 락(木/11)] 가난을 일부러 원하는 사람은 없다. 물만 마시고 또는 헐벗고 살 수는 없으므로 최소한의 衣食住(의식주)는 해결돼야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게 돼도 사람의 소유욕은 끝이 없어 더 가지려는 것이 상정이다. 그런데도 마음으로는 옛날 성현들이 가난 속에서도 富(부)를 탐하지 않고 淸貧(청빈)하게 살며 유유자적한 安貧樂道(안빈낙도)를 최고로 그린다. 대그릇의 밥과 표주박의 물 簞食瓢飮(단사표음, 食은 먹을 식, 밥 사)이나 콩밥과 콩잎 국 豆飯藿羹(두반곽갱, 藿은 콩잎 곽, 羹은 국 갱) 등 어려운 말을 쓴 성어가 그것이다. 팔을 구부려 베개 삼으며(曲肱) 간소하게 사는 ..

성어모음 2023.02.18

발치역치(拔幟易幟)

- 적의 깃발을 뽑고 아군의 기로 바꾸다, 전쟁서 승리하다. [뽑을 발(扌/5) 기 치(巾/12) 바꿀 역(日/4) 기 치(巾/12)] 나라를 대표하는 우리나라의 太極旗(태극기)와 같이 旗(기)는 글이나 그림 등으로 특정 단체를 상징한다. 귀족이나 왕궁의 의장기로 발달했어도 가장 필요로 한 곳은 옛날 군대의 軍旗(군기)가 아니었을까. 군의 단결을 도모하고 사기를 북돋아 전진과 후퇴를 지시하는 데는 적격이었다. 柳致環(유치환)의 명시 첫 구절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은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생명에 대한 연민을 노래했다지만 전장에서의 명령에 더 적합한 깃발을 연상해도 무방하다. 같은 기를 합쳐 된 旗幟(기치)는 이전 군기를 가리키다 어떤 목적을 위하여 내세우는 태도나 주장을 나타내게 됐다. 어려운 단어 ..

성어모음 2023.02.17

함포고복(含哺鼓腹)

- 잔뜩 먹고 배를 두드리다, 의식이 풍족한 태평세월 [머금을 함(口/4) 고함지를 포(口/5) 북 고(鼓/0) 배 복(肉/9)] 아무런 근심이나 걱정이 없는 세월이 이어지면 太平烟月(태평연월)이다. 모두들 먹고 입고 자는데 부족함이 없어야 함이 첫째다. 이렇게 살도록 위정자들이 잘 이끌던 시절을 나타내는 성어는 많다. 평화스런 거리 康衢煙月(강구연월), 길에 떨어진 남의 물건을 줍지 않는 路不拾遺(노불습유), 밤에 집 문을 열어 놓는 夜不閉戶(야불폐호) 등이다. 이런 세월을 가져오게 한 말이 음식을 잔뜩 먹어(含哺) 배를 두드린다(鼓腹)는 이 성어다. 흔히 속어로 ‘등 따시고 배부른’ 사람들이 많아져 다른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따시고‘는 ’따습다’의 사투리지만 더 와 닿는다. 천하가 태평..

성어모음 2023.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