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어모음

사자성어 : 견미지저(見微知著)

한국어자문회 2021. 10. 14. 08:00

견미지저(見微知著) - 미세한 움직임을 보고 다가올일을 알다.
[볼 견(見/0) 작을 미(彳/10) 알지(矢/3) 나타날 저(艹/9)]

고사성어 풀이 : 겉모습만 조금 아는 실력에 전체를 아는 듯이 떠들면 ‘수박 겉 핥기‘ 바로 西瓜皮舐(서과피지)다. 흙으로 만든 솥이 우레 소리를 낸다고 瓦釜雷鳴(와부뇌명)이라 손가락질한다. 아예 모르면서 아는 체 하면 겨울의 눈을 모르는 蟬不知雪(선부지설)의 매미가 된다. 그런데 이렇게 나서지 않더라도 부분만 보고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예지력을 가진 사람도 있다.

산사에서 수도를 하면서 잎사귀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고 一葉落知 天下秋(일엽낙지 천하추), 가을이 왔음을 알았다는 고승이나, 한 점의 고기만 맛보고도 솥 안의 전체 고기 맛을 짐작할 수 있는 嘗鼎一臠(상정일련)의 요리사가 그들이다. 臠은 고기저밀 련.

일의 미세한 조짐만을 보고(見微) 나아갈 방향이나 결과를 분명하게 안다(知著)는 이 성어도 마찬가지다. 꼭 오랜 수련을 하지 않았더라도 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이런저런 작은 조짐이 있다는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중국 法家(법가)의 대표 韓非(한비)의 ‘韓非子(한비자)’에는 象箸玉杯(상저옥배)의 비유가 나온다. 殷(은)나라의 폭군 紂王(주왕)이 상아로 젓가락을 만들게 하자 그의 숙부인 箕子(기자)가 나라의 앞날을 크게 걱정했다. 상아로 만든 젓가락을 쓰기 시작하면 그릇도 무소뿔이나 옥으로 만들 것이고, 차츰 그에 맞게 귀한 고기를 원할 것이며 차례로 고급 옷과 높은 누각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사치를 추구하다 보면 천하에 만족할 만한 것이 없게 된다. ‘성인은 아주 작은 것을 보고도 다가올 일을 알고, 사물의 작은 단서를 보고도 그 끝을 안다(聖人見微以知萌 見端以知末/ 성인견미이지맹 견단이지말)’고 했다. 萌은 싹, 또는 시초 맹. 기자가 작은 상아 젓가락을 보고 걱정했듯이 천하도 주왕을 만족시키지 못해 나라는 망했다. 說林(설림) 상편에 나오고 ‘史記(사기)’ 宋微子(송미자) 세가에도 인용됐다.

北宋(북송)의 문인 蘇洵(소순)은 ‘辨奸論(변간론)’이란 글에서 ‘천하에서 고요한 사람만이 사소한 것을 보고 드러날 일을 안다(惟天下之靜者 乃能見微而知著/ 유천하지정자 내능견미이지저)’는 말을 남겼다.

조그마한 기미를 알고 큰 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 물론 그르친다. 그렇지만 경험에 의해 짐작할 수 있는 일을 그까짓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기다 일이 닥치면 우왕좌왕하며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지난 날 대비를 하지 않고 태평성대를 노래하다 외적의 침입을 당한 적이 많았다.

민주화된 이후에도 조그만 사건으로 나라가 흔들리고, 정책의 사소한 부작용을 괜찮겠지 무시하다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적이 숱하다. 한 사람의 현인도 필요하지만 국민 전체의 의견이 길을 더 잘 제시할 때가 많다. / 사자성어 모음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