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의 깃발을 뽑고 아군의 기로 바꾸다, 전쟁서 승리하다.
[뽑을 발(扌/5) 기 치(巾/12) 바꿀 역(日/4) 기 치(巾/12)]
나라를 대표하는 우리나라의 太極旗(태극기)와 같이 旗(기)는 글이나 그림 등으로 특정 단체를 상징한다. 귀족이나 왕궁의 의장기로 발달했어도 가장 필요로 한 곳은 옛날 군대의 軍旗(군기)가 아니었을까. 군의 단결을 도모하고 사기를 북돋아 전진과 후퇴를 지시하는 데는 적격이었다.
柳致環(유치환)의 명시 첫 구절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은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생명에 대한 연민을 노래했다지만 전장에서의 명령에 더 적합한 깃발을 연상해도 무방하다. 같은 기를 합쳐 된 旗幟(기치)는 이전 군기를 가리키다 어떤 목적을 위하여 내세우는 태도나 주장을 나타내게 됐다. 어려운 단어 旟旝(여괴, 旟는 새매그린기 여, 旝는 사명기 괴)도 같은 뜻이다.
기를 뽑아(拔幟) 다른 기로 바꾼다(易幟)는 이 성어는 ‘史記(사기)’에 나온다. 본래 군사용어로 적군의 깃발을 뽑고 아군의 기를 꽂아 승리를 거둔다는 뜻이라 한다. 우리 속담 ‘기 들고 북 치기’는 도저히 가망이 없어 항복한다는 비유인데 그와 반대이다.
漢高祖(한고조) 劉邦(유방) 밑에서 활약한 대장군 韓信(한신)은 뛰어난 전략으로 項羽(항우)와 垓下(해하)의 결전에 이르기까지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뒀다. 한신이 2만의 병력으로 10배인 趙(조)나라를 공격할 때였다. 침공 소식을 들은 조나라 왕과 대장군 陳餘(진여)는 20만 대군을 집결시키고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淮陰侯(회음후) 열전에 상세한 내용이 실려 있다.
조나라 명장이자 전략가인 李左車(이좌거)가 진여에 한신 군대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앞뒤에서 협공하는 것이 좋다고 건의했다. 유가 출신으로 선비인 진여는 속임수나 떳떳하지 않은 계책을 쓰는 것에 반대했다. 이를 탐지한 한신은 2000명의 깃발을 주고 기병을 적진이 잘 보이는 곳에 숨어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한신은 주력군이 도망할 때 조나라 군이 성을 비우고 추격할 것이라며 당부한다.
‘그대들은 날쌔게 조나라 빈 진영으로 들어가(若疾入趙壁/ 약질입조벽) 있던 깃발을 뽑고 한나라의 붉은 깃발을 세워라(拔趙幟 立漢赤幟/ 발조치 입한적치).’ 작전은 대성공을 거둬 진여는 참수하고 이좌거는 사로잡아 한신을 돕게 했다.
병력이 열 배가 되면 포위하고 배가 되면 싸운다는 병법만 믿고 소수의 한신 군대를 진용 갖추도록 한 진여는 宋襄之仁(송양지인)을 연상시킨다. 죽느냐 사느냐 싸움터에서 대의명분만 따지다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됐는데 진여는 목숨까지 잃었다.
명운이 걸려 있을 때는 속임수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兵不厭詐(병불염사)라 했다. 주고받는 협상에서 속임수는 쓰지 않더라도 양보만 하다가는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린다. 오늘날 보이지 않는 전장이라는 외교에선 앞뒤를 잘 재어 이득을 더 얻도록 해야 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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