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어서도 썩지 않고 남는 것
[죽을 사(歹/2) 말이을 이(而/0) 아닐 불(一/3) 썩을 후(木/2)]
썩지 않는 것이 不朽(불후)다. 불후의 명작은 옛날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문학 고전이나 예술 작품이다. 그것을 낳은 작가들은 오래 전에 세상을 떴어도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은 빛을 발한다. 不滅(불멸)의 李舜臣(이순신) 장군의 공로는 우리 역사에 영원히 남아 그 불후의 업적을 기린다.
죽어서도 영원히 변치 않고 없어지지 않는 작품이나 업적을 말하는 이 성어는 사용된 역사도 오래돼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에서 유래했다. 魯(노)나라의 학자 左丘明(좌구명)이 孔子(공자)의 春秋(춘추)를 해석한 책 중 역사적인 해석과 인물묘사가 뛰어나 문학작품으로도 훌륭하다는 평을 받는다.
이 책의 襄公(양공) 24년 조에는 세상에서 썩지 않는 세 가지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노나라의 대부인 叔孫豹(숙손표)가 晉(진)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그곳 권력자 范宣子(범선자)가 맞으면서 물었다.
‘옛 사람이 한 말에 죽어도 썩지 않는다는 말이 있던데 무엇을 뜻할까요(古人有言曰 死而不朽 何謂也/ 고인유언왈 사이불후 하위야)?’ 언뜻 답을 못하자 범선자는 자기의 조상이 舜(순)임금 때부터 높은 벼슬을 했으니 이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의견을 구했다. 숙손표가 그것은 가문이 대대로 세습되는 世祿(세록)이라며 썩지 않는 것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바로 三不朽(삼불후)다.
‘가장 뛰어난 것은 덕을 세우는 일이고, 그 바로 뒤는 공을 세우는 일이며, 그 다음으로는 말을 세우는 것입니다(大上有立德 其次有立功 其次有立言/ 대상유립덕 기차유립공 기차유립언). 오래 되어도 없어지지 않는 이것을 썩지 않는다고 말합니다(雖久不廢 此之謂不朽/ 수구불폐 차지위불후).’ 숙손표의 이 말에 집안 자랑을 하려던 범선자가 그만 말문이 막혔다.
여러 곳에서 썩지 않는 것을 기린 글이 많은 중 唐(당)나라의 문장가 韓愈(한유)의 묘명이 자주 인용된다. 진사 시험의 동기생 李元賓(이원빈)이 29세에 요절하자 애통해하며 썼다. ‘사는 동안 깨끗하지 못했다면 누가 오래 살았다고 기릴 것이며(生而不淑 孰謂其壽/ 생이불숙 숙위기수), 죽어서도 썩지 않는 이름 남겼다면 누가 요절했다고 슬퍼할 것이랴(死而不朽 孰謂其夭/ 사이불후 숙위기요).’
본래 좋고 훌륭한 것은 비록 상해도 그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고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이 생겼다. 준치는 생선 중에 가장 맛있다며 ‘참다운 물고기’라며 眞魚(진어)로도 불리고, 높이 솟아 우뚝한 峻峙(준치)를 연상하기도 해 가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준치도 아니면서 자기가 제일인양 하고, 불법 부정으로 일군 지위나 부를 자식에게 물려주려 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썩지 않는 세 가지 중 덕이나 공은 없이 세인의 가슴을 후벼 파는 독설만 날린다. 이런 사람도 썩지 않는 것을 남기니 遺臭萬年(유취만년) 계속되는 냄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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