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을 호(女/3) 피리 우(竹/3) 북 고(鼓/0) 큰거문고 슬(玉/9)]
사람들은 모두 남보다 잘 하는 장점이 있고 그 능력이 인정되기를 원한다. 가만히 있어도 사방에 빛이 나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기에 자신의 능력을 떠벌리거나 윗사람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문제는 정도가 지나쳐 알랑거리는 阿諂(아첨)으로 비치면 모두에게서 욕을 먹는다.
자신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큰소리쳐도 금력이나 권세 앞에서는 ‘인간은 아첨하는 동물’이라는 말대로 모르는 새 무력해진다. 윗사람도 마찬가지다. 공정을 내세우고서 자기 취향에 맞는 사람을 발탁한다. 피리를 좋아하면(好竽) 다른 사람이 거문고를 잘 연주해도(鼓瑟) 그 능력을 알아줄 수가 없다.
멋진 비유의 성어는 중국 唐(당)나라의 문장가 韓愈(한유, 768~824)의 ‘答陳商書(답진상서)’란 글에서 유래했다. 字(자)를 써서 韓退之(한퇴지)로 잘 알려진 한유는 어려운 환경서도 재능을 발휘하여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 중에서도 첫손에 꼽힌다. 문체개혁과 불교 배격 등 논란을 달고 다녔던 그가 학식이 뛰어난 陳商(진상)이란 가상인물에게 등용이 안 되는 이유를 찾아 조언한다.
피리를 좋아하는 齊(제)나라 임금에게 거문고의 명인이 찾아가서 벼슬을 구해도 이루지 못한 것을 비유로 들었다. 난해한 문장을 쓰는 진상에게 자기만 최고인 글보다는 세상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로 바꾸도록 권유하는 내용이다.
거문고를 연주하면 귀신도 오르내리게 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이 명인에게 피리를 좋아하는 임금에게는 그 가락이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주위에서 깨우친다. 그러면서 이어진다. ‘문장을 지으면서 언제나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게 짓고 있으니(而爲文必使一世人不好/ 이위문필사일세인불호) 거문고를 가지고 제나라 궁문 앞에 서 있던 사람과 비교가 되지 않겠습니까(得無與操瑟 立齊門者比歟/ 득무여조슬 입제문자비여).’ 문장은 실로 훌륭하더라도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니 벼슬을 구하는 데에는 이롭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저자세로 기는 행위는 개가 꼬리를 흔드는 搖尾乞憐(요미걸련)이나 상관의 수염을 불어주고 변까지 맛본다는 拂鬚嘗糞(불수상분), 고름과 치질을 핥아준다는 吮癰舐痔(연옹지치, 吮은 빨 연, 癰은 종기 옹) 등 지저분한 비유의 말이 많다.
반대로 인물을 구하는 사람의 입장에 서면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을 욕할 수는 없다. 피리를 잘 부는 사람이 필요한데 거문고를 세상에서 제일 잘 타는 자신을 뽑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 소용되는 곳에 적합한 인물이 가야 하는 適材適所(적재적소)가 그래서 필요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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