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어모음

서시빈목(西施矉目)

한국어자문회 2021. 9. 24. 14:47

- 서시가 눈을 찡그리다, 추녀가 흉내 내다 망신당하다.

[서녘 서(襾/0) 베풀 시(方/5) 찡그릴 빈(目/14) 눈 목(目/0)]

중국에서 미인의 대명사 西施(서시)는 四大美人(사대미인) 중에서도 첫손으로 꼽는다. 시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겠지만 콘테스트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문헌에 많이 오르내려 유명해진 미인이다. 春秋時代(춘추시대) 越(월)나라 왕 句踐(구천)이 총애했던 서시가 가장 오래 됐고, 그 뒤로 王昭君(왕소군), 貂蟬(초선, 貂는 담비 초), 楊貴妃(양귀비)가 따른다.

미인을 나타내는 말 중에서 물고기가 부끄러워 물속으로 숨고, 기러기가 땅에 떨어진다는 沈魚落雁(침어낙안)의 침어가 서시를 가리켰고 낙안은 왕소군이다. 참고로 달이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고 꽃이 부끄러워하는 閉月羞花(폐월수화)는 초선과 양귀비를 나타낸 말이다.

서시는 苧羅山(저라산) 자락의 가난한 나무꾼의 딸로 태어났다. 서시의 눈부신 미모를 아낀 越(월)나라 실력자 范蠡(범려, 蠡는 좀먹을 려)가 예절을 가르쳐 구천에 소개했고, 이후 원수인 夫差(부차)에게 보내져 吳(오)나라를 망국에 이르게 했다. 미인계의 선구인 셈이다. 서시가 마을에 있을 때 가슴앓이 지병을 갖고 있었던 탓인지 늘 눈살을 찌푸리고(矉目) 가슴을 움켜쥐고(捧心) 다녔다.

절세의 미녀가 이런 모습을 하니 더욱 아름답게 보였던지 이웃의 추녀가 흉내를 냈다가 주변 사람들이 모두 피했다. 여기에서 자신의 처지도 모르고 무조건 흉내 내다가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비유하게 됐다.

‘莊子(장자)’의 外篇(외편) 天運(천운)에 魯(노)나라의 악사장인 師金(사금)이란 사람이 孔子(공자)의 顔淵(안연)에게 한 이야기로 나온다. 서시의 찡그린 모습을 보고 ‘동네 추녀가 아름답게 여겨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 안고 눈살을 찡그리며 동네를 돌아 다녔다(醜人見而美之 歸亦捧心而矉其里/ 추인견이미지 귀역봉심이빈기리)’고 했다.

장자는 사금의 말을 빌려 옛날 周(주)나라의 이상정치를 오늘에 무조건 재현하려는 공자를 비판했다. 그것은 추녀가 자기 생긴 모습은 생각지도 않고 무작정 서시를 따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한 것이다.

눈을 찡그리는 빈목은 矉目(빈목)외에 顰目(빈목), 嚬目(빈목) 등 어느 것으로 써도 어렵다. 줄여서 效嚬(효빈), 顰蹙(빈축)으로도 사용한다.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무작정 따라 하기만 하면 자기도 잘나 보이는 줄 알다가 망신당한다. 볼품만 없으니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는 뱁새보다는 나을까.

어떤 일을 할 때 계획을 잘 세우고 능력을 기른 후에도 시기를 보아가며 신중을 기해야 실패가 적다. 언뜻 보아 이상적인 목표라고 달려들었다가 참담한 실패를 하고서도 추녀처럼 부끄러운 줄 모르다간 모두가 떠난다. / 제공 : 안병화 (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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