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어모음

촉견폐일(蜀犬吠日)

한국어자문회 2021. 9. 24. 14:50

 - 촉 지방의 개가 해를 보고 짖다, 식견 좁은 사람이 현인을 비방하다.

[나라이름 촉(虫/7) 개 견(犬/0) 짖을 폐(口/4) 날 일(日/0)]

가장 오래된 가축인 개는 인간과 또 가장 가깝다. 1만 8000년 전부터 길렀다는 개는 냄새를 잘 맡고 귀가 밝아 사냥에 제격이었고 주인에게 충성했다. 요즘엔 반려견으로 더욱 사랑받는다. 주인이 불에 탈 위험에 처하자 몸에 물을 적셔와 구한 獒樹(오수, 獒는 큰개 오)의 전설은 여러 지방에서 전해온다.

충성스럽고 영리하다고 해도 개는 역시 개라 부정적 의미의 비유로도 많이 쓰인다. 폭군이 기르는 개는 성군을 보고도 짖는다는 桀犬吠堯(걸견폐요)와 같이 주인만 섬긴다. 다른 곳에서 개소리만 들리면 무조건 짖는다고 一犬吠形 百犬吠聲(일견폐형 백견폐성)이라 했다. 우르르 따르는 附和雷同(부화뇌동)이다.

촉 지방의 개(蜀犬)가 해를 보면 짖는다(吠日)는 말은 낯선 것만 보면 짖는 개를 말한다. 중국 남서쪽의 지금 쓰촨[四川]성인 촉 지방은 산이 높고 험준한데다 안개가 항상 짙게 끼어 해가 보이는 날이 드물다고 했다. 그래서 개들이 해를 보면 이상히 여겨 짖었다는 데서 식견이 좁은 소인이 저보다 월등한 사람을 시기하여 헐뜯고 깎아내리는 것을 나타냈다.

어리석은 개를 비유한 말은 여러 사람의 글에 전한다. 먼저 楚(초)나라의 충신 屈原(굴원)은 懷沙(회사)에서 마을 개들이 떼를 지어 짖는 것(邑犬羣吠/ 읍견군폐)은 영웅들을 비난하는 소인들의 본성이라 했다. 羣은 무리 群(군)과 같다.

촉 지방의 개 비유는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柳宗元(유종원, 773~819)이 韋中立(위중립)이란 사람에게 보낸 글에서 사용됐다. ‘용과 촉 남쪽지방에는 비가 잦고 맑은 날이 드물어 해가 뜨면 개들이 짖는다(庸蜀之南 恒雨少日 日出則犬吠/ 용촉지남 항우소일 일출즉견폐).’ 유종원은 이런 말을 믿지 않았으나 자신이 좌천되어 그 지역에 근무할 때 큰 눈이 내린 뒤 해가 뜨자 온 지방 개가 미친 듯이 짖어대 믿게 됐다고 했다.

明(명)나라 학자 程登吉(정등길)이 엮은 한자교본 ‘幼學瓊林(유학경림)’에서는 ‘촉 지방 개가 짖는 것은 아주 희귀한 것을 봤을 때를 비유한 것(蜀犬吠日 比人所見甚稀/ 촉견폐일 비인소견심희)’이란 구절이 나온다.

비슷한 개는 더 있다. 온화한 월나라의 개는 처음 보는 눈에 놀라 짖는다는 越犬吠雪(월견폐설)이나, 더운 오나라의 개는 달만 떠도 뜨거운 해인 줄 알고 헐떡인다는 吳牛喘月(오우천월, 喘은 숨찰 천)이다.

모두 어리석은 사람을 비웃는 이야기다. 약간 달리 볼 필요도 있다. 처음부터 모든 물건을 본 적이 있고,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위험한 짐승이나 물건, 처음 보는 전염병 등 이 모든 것을 처음 본 사람부터 성질을 알고 대응책을 연구하여 대부분 안전하게 됐다. 먼저 알았다고 최초는 아닌 만큼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잘 이끌어야 더 큰 발전이 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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