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여류적(不如留賊) - 적을 남겨두는 것이 이롭다, 최소한을 살려 안전을 도모하다.
[아닐 불(一/3) 같을 여(女/3) 머무를 류(田/5) 도둑 적(貝/6)]
고사성어 풀이 : 쫓던 토끼가 죽으면 더 이상 필요 없는 사냥개가 삶긴다는 兎死狗烹(토사구팽)의 고사는 중국 漢(한)나라의 무장 韓信(한신)을 먼저 떠올린다. 실제는 春秋時代(춘추시대) 越王(월왕) 句踐(구천)의 臥薪嘗膽(와신상담) 복수극을 도왔던 范蠡(범려, 蠡는 좀먹을 려)에서 나왔다.
吳(오)나라를 멸망시킨 뒤 적국이 망하면 모사가 죽는다며 월나라를 떠나 목숨을 건졌다. 필요할 때 이용하다가 소용이 없어지면 배반당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이다. 劉邦(유방)이 高祖(고조)로 즉위하는 데 절대적 공을 세웠던 한신이 처음 楚王(초왕)에 봉해졌다가 이런 속성을 무시해 呂后(여후)에 의해 역모로 몰려 참살됐다.
이런 한신의 교훈을 깊이 새긴 듯한 사람으로 唐(당)나라 때 劉巨容(유거용, 826~889)을 들 수 있다고 정민 교수의 ‘一針(일침)’에 나온다. 유거용은 黃巢(황소)의 난을 진압하는데 공을 세운 사람으로 歐陽脩(구양수)의 ‘資治通鑑(자치통감)’이나 ‘新唐書(신당서)’의 열전에 등장한다.
875년부터 10년 가까이 당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이 난에서 황소는 농민반란의 수령으로 가는 곳마다 관군을 격파해 한 때는 황제위에 오르기도 할 정도로 세를 과시했다. 환관의 횡포에다 관리의 수탈이 심한데다 세금 과중에 기근까지 겹쳐 백성들의 호응도가 높았던 것이다.
이 때 난을 평정하라는 招討使(초토사)의 명을 받고 유거용이 나서 황소 농민군과 대치했다. 그러다 거짓으로 패한 체하여 달아나자 황소군이 속아 추격했다. 매복 작전으로 관군이 역습하자 황소군은 대패하여 도주했다. 여러 장수가 나서 끝까지 추격하면 반란군을 궤멸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거용이 지금 조정에 어려운 일이 많고 힘든 일을 한 관리에게 상 주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더 이상의 추격은 제지했다. ‘일이 끝나면 바로 잊고 마니 적을 남겨두는 것만 못하다(事平即忘之 不如留賊/ 사평즉망지 불여류적)’는 이유였다. 한꺼번에 소탕해봤자 곧 잊히고 배반당할 것이라 판단한 유거용은 그러나 세력을 재정비한 황소군에 목숨을 잃고 만다.
項羽(항우)가 포로를 생매장하고, 白起(백기)가 長平大戰(장평대전)에서 적군을 참수한 무자비한 작전만 있는 것은 아니다. 諸葛亮(제갈량)이 孟獲(맹획)을 일곱 차례 포로로 잡았다가 놓아준 七縱七擒(칠종칠금)도 있다. 다 잡은 적을 놓아주는 것은 자신감에서 온다.
대수롭지 않은 세력이라고 방심했다가 어느 새 아군을 위협할 정도로 클지 모른다. 배반을 당하지 않겠다고 잘못 판단했다가 도로 그물에 걸리기도 한다. 조직생활이나 정치판의 이 편 저 편도 수시로 아량과 배신이 뒤섞이니 세심하게 따져볼 일이다. / 사자성어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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